국비지원 수료 후 프론트엔드 첫 출근 후기
길고 지루했던, 그러나 좋은 경험이되었던 6개월의 국비지원.
다사다난 팀프로젝트를 마치고 취업준비를 하였다.
JSP, 스프링 레거시를 배우고 SI취업형 제품이 되는것에 심히 불편했던 나는
팀프로젝트는 vueJS 와 스프링부트, AWS 등등 으로 진행하였다.
그것이 좋게보였던것일까? 아니면 그것이 아니어도 괜찮았을까?
여러군데에 이력서와 팀포트폴리오를 첨부했고 더불어 팀프로젝트가 끝나고 혼자 진행했던
개인 프로젝트까지 제출했다. 운이 좋게도 많은 업체에서 나를 좋게 봐주었고 좋은 기회들을 제시해주셨다.
그리고 심사숙고하여 결국 모 회사 프론트엔드로 취업하게 되었다.
낯도 가릴뿐더러 오랜만에 사회생활을 할 생각에 긴장되서 잠도 잘 못잤다.
개발자가 되겠다고, 그렇게 밤낮없이 공부했는데 현업 일선에서 고군분투하는 개발자들과 같이 일할수있을까?
'그분들과 나는 같은 클래스의 인스턴스가 맞을까? '
'항상 배움의 자세가 되어있지만 프로들의 세계에서 '배운다'라는 자세는 옳지 못한게 아닐까?' 와 같은 고민과 걱정으로 잠도 자는둥 마는둥했다.
새벽에 알람이 울리기전에 눈을 떴다.
한껏 기지개를 펴고 멍하니 생각을 비웠다.
대학교를 때려치고 처음 낯선나라에 떨어져 이력서를 100개남짓 돌렸을 때,
마침내 누군가 날 찾아줬을때, 파란 눈을 가진 아름다운 여자가 날 아래로 내려다 보곤
그 사람의 가게에서 처음 일을 하기 전 날. 그런 몽롱한 기분, 한 껏 기대되면서도 초조한 기분.
출근 길 지하철엔 정말 사람이 많았다.
강남으로 가는길은 꽤나 멀었고, 사람들은 얼굴을 반쯤 가린채 좁고 차가운 네모난 칸에 몸을 우겨넣는다.
잠시 짜증나게 밀쳐지기도했고 코를 찌르는 푹푹한 면냄새에 포근하기도했고 조금은 걱정되었다.
'이제 곧 위드코로나라는데...'
사실 지하철은 이미 위드코로나가 아닐까?
모두 손에 핸드폰을 쥐고 다함께 목적지를 향해 덜컹거린다.
여기 서울은 회색빛이다.
옷도 죄다 회색빛이다.
빨간옷, 노란옷, 색은 참 많은데 지하철에 탄 사람들은 모두 채도가 없는 쥐색이다.
지하로 숨는 쥐들같다.
회색빛 쥐들은 모두 앞으로 걷는다. 옆을 보지 않고 앞으로 걷는다.
불현듯 낯선나라에서의 출근길이 생각났다.
알록달록 무지개빛이었다.
'어제 지나던길가에 누워있는 캥거루는
어제보다 조금 더 야위었다...' 라고 줄곧 생각했는데,
이마저 그리울줄은 몰랐다.
여긴 죽은 캥거루조차 없었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다보니 회사에 도착했다.
너무 일찍 도착해서 아무도 없었다. 조금, 사실 조금 오래 기웃거리다보니 누군가 도착을 했다. 인사를 드리고, 조금 안내를 받으니 사람들이 하나 둘 도착한다.. 내가하는 인사와 말투또한 긴장했다. 링위에 막 올라온 MMA 선수같았다.
그러나 여긴 예상과는 많이 달랐다.
정말 감사하게도 모두가 나에게 친절했다.
여긴 호칭이 없단다. '~님' 이라고 한다던데, 흥미롭다.
신입에게 뭘 시키겠냐만은, 회사생활에 필요한 몇가지 안내를 지침받고,
노션으로 여러가지 훑어보고, 각종 링크에 들어가서 정보들을 빠르게 파악하였다.
사실 하루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잘 기억이 안난다.
흥미롭고 재밌었다. 모두 자신감과 여유가 넘쳐보였고, 즐거워보였다.
친절했고, 예리했다.
존중받는 기분이 들었고, 모두를 마음에서 우러러 존중하고싶어지는 문화가 있었다.
"기본기가 충실한 개발자가 되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몇년후에 어떤 개발자가 될지는 여기에 달려있어요"
감사합니다. 새겨듣겠습니다.
이런 곳에 일원으로써 나를 받아준 사람들이 고맙게 느껴지는 하루였다.
프로의 세계에서 '배움의 자세'란 항상 가져야할 태도이지만서도, 배움의 자세를 내보이는것은 좋지 못하다.
그러나 정말 깊숙히 무엇인가를 갈망하고 배우고 싶어졌다.
이러한곳에 내가 있게되었고, 앞으로 이러한분들과 더 좋은세상을 만들기위해 노력할 수 있다는게, 또한
소속감을 가질수있게 해준데에 정말 감사하다.
앞으로 열심히 돈값해야겠다... ^^